아내를 위해 만든 단식 앱, 3개월 뒤 데이터가 알려준 것들

2026년 4월 · 인디 개발자의 솔직한 3개월 회고

아내가 출산 후에 간헐적 단식을 시작했다는 건 예전에 잠깐 말씀드린 적이 있습니다. 그때 아내를 위해 만든 앱이 있었는데, 한동안 서랍에 넣어두고 있다가 올해 초에 다시 꺼내서 고치고, 다듬고, 출시했습니다. 이름은 케톤(Ketone)이고, 간헐적 단식 타이머에 체중이나 수면, 수분 같은 하루 기록을 한 화면에서 남길 수 있는 앱입니다.

그게 벌써 3개월 전이에요.

출시하고 나면 유저가 막 몰려올 줄 알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오늘은 3개월 동안 실제로 쌓인 데이터를 열어보면서, 거기서 뭘 배웠는지 솔직하게 풀어보려 합니다. 잘 되고 있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오히려 안 되는 것들에서 더 많이 배웠거든요.

3개월 뒤의 숫자들

먼저 현실적인 숫자부터 공개합니다.

누적 설치 약 57명. 이번 주 기준으로 활성 사용자(WAU)는 약 20명 정도입니다. 하루 평균 접속자는 6명 남짓이고, 이번 주 신규 설치는 13명이었어요.

key-metrics-summary

솔직히 이 숫자를 보고 자랑스럽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죠. 하루에 6명이 쓴다는 건, 카페에 앉아서 주변을 둘러보면 손가락으로 셀 수 있는 수준입니다. 참고로 마케팅에 돈을 쓰고 있지는 않습니다. 광고비 0원이에요. 이 블로그 글을 포함해서 순수하게 검색 유입만으로 사람들이 찾아오는 중이라, 숫자가 작은 건 어찌 보면 당연합니다.

그리고 데이터를 보여드리기 전에 한 가지 말씀드릴 게 있는데, 모수가 정말 작아요. 전체 유저가 57명이고 단식을 시작한 사람이 8명인 상태에서 뽑은 숫자들이라,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결론을 내리기엔 부족합니다. 다만 유저 한 명 한 명의 행동을 직접 들여다볼 수 있는 규모이기 때문에, 패턴을 발견하는 데는 오히려 좋은 시점이기도 해요.

근데 재밌는 게 있어요. 주 초반에는 DAU가 3명까지 떨어졌다가, 금요일부터 갑자기 10명 가까이 올라오더라고요. 주말에 단식을 시작하거나 재개하는 분들이 있는 것 같은데, 이런 패턴은 숫자가 적을 때 오히려 또렷하게 보입니다.

dau-weekly-trend

한 유저가 보여준 것

데이터를 들여다보다가 눈에 띄는 분이 한 명 있었습니다. 익명 ID만 보이니까 누군지는 모르지만, 이 분이 7일 연속으로 단식을 완료하고 있었어요. 그것도 16시간이 아니라 20~24시간짜리 OMAD(하루 한 끼) 패턴으로요. 매일 점심쯤 한 끼를 먹고, 바로 다음 단식을 시작하는 걸 반복하더라고요.

간헐적 단식 앱을 만든 입장에서 이런 유저를 보면 묘한 기분이 듭니다. 내가 만든 타이머를 매일 쓰고 있는 사람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거잖아요. 그것도 꽤 하드코어하게. 이 분의 데이터를 보면서 "아, 단식 기록 앱으로서 이 앱이 해야 할 역할이 이거구나"라는 감이 좀 잡혔어요.

ko_04_insight_top

인사이트 탭에서 이런 패턴이 쌓이면, 본인의 단식 습관이 한눈에 보이거든요. 몇 시간 단식했는지, 체중은 어떻게 변했는지, 물은 얼마나 마셨는지. 이 파워유저분이 실제로 이 화면을 보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최소한 매일 타이머를 끝까지 돌리고 있다는 건 확실합니다.

16시간의 벽

반대쪽 데이터도 있습니다. 단식을 시작했다가 중간에 취소한 유저들의 기록을 보면, 대부분 12~15시간 사이에서 포기하더라고요. 16시간이 딱 그 경계입니다.

fasting-dropout-hours

16:8 간헐적 단식에서 16시간이 목표인데, 거기 도달하기 직전에 포기하는 거예요. 생각해보면 이해가 됩니다. 12시간쯤 되면 슬슬 배가 고파지기 시작하고, 14~15시간이면 “이거 진짜 계속 해야 하나” 싶은 순간이 오거든요. 저도 아내랑 같이 단식해본 적이 있는데 그 구간이 제일 힘들었어요.

그래서 지금 고민하는 게, 그 시간대에 가벼운 격려를 넣을 수 있을까 하는 겁니다. "지방 연소 모드 시작"이라는 단계 알림이 지금도 있긴 한데, 타이밍을 좀 더 정교하게 가져갈 수 있을 것 같아요.

ko_01_fasting_timer

첫 단식 완료가 모든 걸 가른다

데이터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발견은 이겁니다.

3일 안에 이탈한 유저 5명을 뽑아서 봤는데, 이 중에서 단식을 한 번이라도 완료한 사람이 한 명도 없었습니다. 반면에 첫날 단식을 끝까지 완료한 유저는 그 이후에도 계속 앱을 쓰고 있었어요. 아까 얘기한 파워유저도 첫날에 20시간짜리 단식을 완료한 분이고요.

이걸 보고 나니까, 앱의 온보딩이 "기능 소개"에서 끝나면 안 된다는 걸 확실히 느꼈습니다. 온보딩이 끝나고 나서 첫 단식을 시작하게 만드는 게 진짜 중요한 거였어요. 실제로 지금 온보딩 첫 페이지에서 이탈하는 비율이 40% 정도 됩니다. 절반 가까이가 앱을 깔고 첫 화면에서 나가버리는 거예요.

솔직히 이 부분은 아직 답을 못 찾았습니다. 온보딩을 줄여야 하는 건지, 아니면 온보딩 없이 바로 타이머부터 보여줘야 하는 건지. 데이터는 문제가 뭔지는 알려주는데 정답까지 알려주진 않더라고요.

아내의 데이터가 레퍼런스가 됩니다

이 앱의 첫 번째 유저는 아내입니다. 원래 아내를 위해 만든 앱이니까요.

아내의 데이터는 "이 앱이 제대로 사용될 때 어떤 모습인가"를 보여주는 기준이 됩니다. 매일 단식 타이머를 쓰고, 다이어리에 체중이랑 수분, 컨디션을 기록하고, 인사이트 탭에서 일주일치 변화를 확인하고. 이게 이 앱이 의도한 사용 흐름이에요.

ko_02_diary_top

다이어리는 1분이면 끝납니다. 체중 입력하면 BMI가 바로 나오고, 컨디션은 이모지 하나 탭하면 되고, 수분이랑 수면도 금방이에요. 아내가 이걸 매일 하는 걸 옆에서 보면서 "아, 이 정도 가벼움이면 사람들이 계속 쓸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했는데, 실제 외부 유저 데이터를 보니까 그 기록 습관까지 도달하는 분이 아직 많지는 않더라고요.

ko_05_insight_bottom

기록이 쌓이면 이런 식으로 일별 요약이 보입니다. 단식 시간, 체중, 수분, 컨디션, 수면이 날짜별로 쭉 나열되는데, 이게 일주일만 쌓여도 패턴이 보이기 시작해요. “수요일에 컨디션이 안 좋았네, 그날 물을 적게 마셨구나” 같은 연결이 눈에 들어오거든요.

데이터가 알려준 다음 할 일들

3개월치 데이터를 정리하면서 느낀 건, 지금 이 앱에 필요한 건 더 많은 유저가 아니라 지금 있는 유저가 첫 단식을 완료하게 만드는 것이라는 점입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온보딩 이탈이 40%니까, 온보딩을 간소화하거나 첫 단식 시작을 더 쉽게 만들어야 합니다. 16시간 장벽에서 포기하는 유저가 많으니까, 12~14시간 사이에 격려 알림의 타이밍을 실험해봐야 합니다. 그리고 첫 단식 완료가 리텐션을 가르니까, 어떻게든 첫 완료 경험을 만들어줘야 합니다.

푸시 알림도 문제인데, 지금 열람률이 사실상 0%에 가깝습니다. 채널 자체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 같아서 이건 기술적으로 점검해야 할 부분이에요. 알림이 제대로 갔다면 이탈 유저의 일부는 돌아왔을 수도 있거든요.

작은 앱의 괜찮은 점

DAU 6명이라는 숫자는 솔직히 부끄럽기도 합니다. 근데 역설적으로, 유저가 적으니까 한 명 한 명의 행동을 자세히 볼 수 있어요. 유저가 수만 명이면 집계 숫자 뒤에 개인이 숨지만, 지금은 “이 사람은 왜 3일 만에 그만뒀을까”, "이 사람은 왜 매일 20시간씩 단식하고 있을까"를 직접 추적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앱은 광고가 없고, 핵심 기능이 전부 무료입니다. 제가 돈을 벌기 위해 만든 앱이 아니라 아내를 위해 만든 앱이거든요. 그래서 결제 유도 팝업도 없고, 단식 완료 순간에 광고가 뜨는 일도 없습니다. 이게 유저 입장에서 어떤 의미인지는, 다른 간헐적 단식 앱을 써본 분들이라면 아실 거예요.

언젠가는 수익화를 해야겠죠. 앱을 유지하려면 서버비도 들고, 개선도 계속해야 하니까요. 다만 지금은 그걸 고민할 단계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먼저 쓰는 분들이 진짜로 도움이 된다고 느끼는 앱을 만드는 게 우선이에요. 수익화는 그 다음 이야기입니다.

3개월이 지났고, 아직 갈 길이 멀지만 데이터가 방향은 알려주고 있습니다. 다음 3개월 뒤에는 좀 더 나은 숫자와 함께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간헐적 단식 기록을 한 곳에서 조용히 남기고 싶으신 분이 있다면, 플레이스토어에서 "케톤"으로 검색해보세요.

👉 케톤 — Play Store에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