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이 단식을 만듭니다

2026년 4월 · 효과 논쟁 한가운데서 단식 앱을 만들고 있는 사람의 메모

지난주에 뉴스를 보다가 좀 멈칫했습니다. 코크란이라는 의학 리뷰 단체가 큰 분석을 하나 발표했는데, 헤드라인이 **“간헐적 단식의 체중 감량 효과, 일반 식이요법과 차이 없음”**이었어요. 22개 임상연구, 참가자 1,995명을 모아서 본 결과라고 하더라고요. 코크란은 의학 분야에서 여러 임상연구를 한꺼번에 모아 결론을 내는 일을 하는 곳입니다. 단일 연구보다 무게가 큽니다. 한국 미디어도 이걸 받아서 며칠째 비슷한 톤의 기사가 올라오고 있고요. (코크란 공식 보도자료 / 한국어 정리 — 하이닥)

저는 간헐적 단식 앱을 만들고 있는 사람입니다. 아내가 출산 후에 단식을 시작하면서 만들기 시작한 앱이고, 지금은 매일 아내가 첫 번째 유저로 쓰고 있어요. 그러니까 이 헤드라인이 좀 마음에 걸리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죠.

솔직히, 저도 좀 흔들렸습니다.

1,995명의 데이터 vs 우리 앱의 한 명

코크란 분석 (2026년 2월 발표)

처음엔 좀 당황했어요. 1,995명이라는 숫자에 압도되기도 했고요. 제가 만들고 있는 앱의 누적 유저는 그 숫자의 발끝에도 못 미치니까요. 1,995명짜리 큰 분석 앞에서 “내가 보고 있는 건 뭐지?” 싶어지는 거예요.

그러다 우리 앱 데이터를 켜봤습니다. 이게 좀 묘한 게, 저는 매일 아침 커피 마시면서 분석 리포트를 봐요. 어제는 누가 단식을 완료했는지, 누가 들어왔다 나갔는지, 누가 처음 다이어리를 썼는지. 모수가 작은 앱은 한 사람 한 사람이 보입니다. 1,995명 안에서는 흐릿했을 패턴이 40명 안에서는 또렷하게 떠오릅니다.

그날도 평소처럼 일요일 데이터를 펼쳐봤는데, 좀 이상한 게 보였어요.

“다이어리만 23일 쓰던 분이 갑자기 72시간 단식을 했다”

거의 한 달 전에 가입했다가 단식은 한 번도 안 하고 다이어리만 매일 적던 분이 있었습니다. 체중, 컨디션, 수분 — 이런 것만 23일 동안 꾸준히 적은 분이에요. 단식 타이머는 한 번도 안 켰어요. 저는 사실 이 분을 보면서 속으로 “아 이 분은 단식 앱인데 단식은 안 하시네” 하고 갸웃했습니다.

그런데 지난 일요일에, 이 분이 처음으로 단식 타이머를 눌렀습니다. 그리고 끝낸 시간이 72시간이었어요.

72시간이요. 일반적인 16:8 단식의 4.5배쯤 됩니다. 처음 시도하는 사람이 잘 도달하는 숫자가 아니에요. 보통 처음 시작하면 12~14시간쯤에서 한 번 흔들리고, 16시간을 넘기는 게 첫 산입니다. 근데 이 분은 단식 0번 하던 사람이 곧장 72시간을 채웠어요.

처음엔 이게 잘 이해가 안 갔는데, 한참 들여다보다가 한 가지 가설이 떠올랐습니다. 이 분은 23일 동안 다이어리를 적으면서 이미 자기 몸을 들여다보는 연습을 끝낸 게 아닐까.

체중을 매일 찍고, 컨디션을 기록하고, 수분을 체크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오늘 내 몸이 어떤 상태지?"가 익숙해집니다. 그 감각이 23일 동안 쌓인 사람이 단식을 시작하면, 그건 처음 시작하는 게 아니에요. 이미 준비운동을 23일 한 사람이 본 운동을 시작하는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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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 설치 첫날에 20시간 단식 완료한 신규 유저”

같은 날에 또 한 명의 패턴이 보였어요. 이번엔 정반대 방향이었습니다.

이 분은 아예 그날 처음 앱을 깐 사람이었어요. 서울에서 갤럭시 A32를 쓰는 분인데, 오전 9시 58분에 앱을 설치하고, 1분 뒤에 바로 단식 타이머를 눌렀습니다. 중간에 두 번 짧게 취소했다가 다시 시작했고, 결국 그날 단식을 20시간 30분으로 끝냈어요.

이게 왜 의미가 있냐면, 우리 앱에서 직전 6일 동안 “신규 설치 당일에 단식을 완료한 사람” 수가 정확히 0이었거든요. 일주일 가까이 0명이던 패턴이 그날 깨졌어요.

그리고 며칠 전에는 가입 3일째에 다이어리를 폭발적으로 쓰다가 결국 단식을 시작한 분도 있었고, 가입 1일째에 18시간 단식을 완료한 벨라루스 유저도 있었습니다. 이 분은 우리 앱에서 두 번째 러시아어 양성 사례예요.

이걸 한 줄에 모아놓고 보니 좀 재밌는 그림이 됐습니다.

같은 일요일에 우리 앱에서 일어난 일 (2026-04-28)

  • 가입 24일째에 첫 72시간 단식을 완료한 분 (다이어리만 23일 → 첫 단식이 72h)
  • 가입 당일에 20시간 단식을 완료한 분 (6일간 0명이던 패턴을 깸)
  • 가입 3일째에 단식을 완료한 분 (다이어리 폭발 후 진입)
  • 가입 1일째에 18시간 단식을 완료한 벨라루스 분
  • 그 외 9명의 기존 유저 단식 완료

→ 단식 완료 14명, 직전 9일 평균 5.4명의 +160%

페르소나가 죄다 다릅니다. 어떤 분은 23일 다이어리 쌓고 단식 진입, 어떤 분은 설치 1분 뒤 진입, 어떤 분은 다이어리 폭발 후 D3 진입. 공통점은 단 하나, 진입 직전에 뭔가를 기록하고 있었다는 거예요. 다이어리든, 컨디션이든, 첫날 ASO에서 본 앱 설명이든.

그래서 코크란 연구는 어떻게 읽어야 하나

여기까지 데이터를 보고 나니까 좀 정리가 되더라고요. 결론부터 말하면, 코크란 연구는 정확하다고 생각합니다. 16:8을 하든 저칼로리 다이어트를 하든 1년 뒤 체중은 비슷하게 빠진다, 이건 1,995명을 봤으니 통계로 보면 맞는 결론일 겁니다.

근데 이 연구가 답하지 않은 질문이 하나 있어요.

그래서 사람들이 그 식이요법을 계속 유지하느냐?

다이어트의 어려움은 "어떤 다이어트를 하느냐"가 아니라 "그 다이어트를 6개월 뒤에도 하고 있느냐"에 있잖아요. 저는 의학 전문가가 아니지만 적어도 이 동네에서 한 가지는 본 것 같아요. 사람은 자기가 기록한 것에 더 오래 머문다.

아내도 그래요. 처음 단식 시작했을 때 2주 만에 그러더라고요. “체중계에 매일 올라가긴 하는데, 어디 적어두는 게 아니니까 일주일 전이랑 비교를 못 하겠어.” 그래서 다이어리 기능을 만들었고, 다이어리에 매일 적기 시작하니까 단식을 빼먹는 날이 줄어들었어요. 단식이 좋아져서가 아니라, 기록한 게 아까워서요.

기록한다는 건 작은 행위입니다. 체중 입력 3초, 컨디션 이모지 탭 1초, 수분 한 잔 추가 1초. 다 합쳐도 1분이 안 걸려요. 근데 이 1분이 일주일 쌓이면 묘한 효과가 생깁니다. 어제까지의 나를 버릴 수 없게 돼요. “여기까지 적었는데 오늘 빼먹기 좀 그렇다.” 단식의 효능 논쟁과는 무관하게, 이 감각이 사람을 다음 날까지 붙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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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어떤 식으로 만들었는지

처음부터 한 가지에 집착했어요. “매일 1분 안에 끝나는 기록”.

다이어리 화면을 열면 어제 체중이 미리 채워져 있습니다. 변동 없으면 저장만 누르면 되고, 0.2 바뀌었으면 그것만 고치면 돼요. 컨디션은 이모지 하나 탭하면 끝. 수분은 음료 종류 아이콘 하나에 슬라이더 한 번. 수면은 좋음/보통/나쁨 3단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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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수면 품질을 5단계로 만들었습니다. 근데 아내한테 보여줬더니 "나쁨이랑 매우 나쁨 차이가 뭔데?"라고 하더라고요. 맞는 말이에요. 아침에 눈 뜨자마자 자기 수면을 5단계로 정밀하게 평가할 사람은 없습니다. 3단계로 줄였습니다.

단식 타이머도 비슷한 원칙으로 만들었어요. 시작 버튼 한 번이면 그냥 시작됩니다. 단식이 흘러가는 동안 단계별 카드가 자동으로 펼쳐집니다 — “단식 시작”, “지방 연소 모드 시작”, “케토시스 단계 진입”, “자가포식으로 세포 청소 중”. 이게 12시간, 14시간, 16시간 같은 고비 구간에서 "지금 내 몸에 뭐가 일어나고 있는지"를 알려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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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단계 카드는 의학적으로 정밀하다고 주장하기 어렵습니다. 케토시스가 정확히 12시간에 시작되는 사람은 없습니다. 사람마다 다르고, 그날 컨디션마다도 다릅니다. 다만 단식하는 사람한테 "지금 무의미하게 굶고 있는 게 아니라 몸 안에서 뭔가 일어나고 있다"는 감각을 주는 게, 12~16시간 그 힘든 구간을 버티게 해줍니다. 그래서 의학적 정확성보다 체험적 격려 쪽으로 톤을 잡았어요.

인사이트 탭에는 트로피 시스템이 있습니다. “7일 수분 목표”, “14일 체중 기록”, “10일 컨디션”, “7일 수면 기록” — 항목별로 따로 집계돼요. 단식 트로피만 있는 게 아니라 기록 트로피가 더 많습니다. 일부러 그렇게 했어요. 단식을 못 한 날에도 다이어리는 적을 수 있어야 하니까요. 단식 0회 / 다이어리 23일이었던 그분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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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코크란 한가운데서

우리 앱이 약속한 건 “하루를 한 곳에 조용히 기록할 수 있게 한다” 정도예요. 살이 빠지냐 안 빠지냐는 본인 몸이 결정합니다. 그 결과는 코크란 연구처럼 사람마다 다를 수 있어요.

대신 우리가 더 잘할 수 있는 게 있어요. 기록을 멈추지 않게 하는 것. 다이어리를 23일 적은 사람이 24일째에 첫 단식 72시간을 갈 수 있다는 걸 보았습니다. 신규 설치 당일에 20시간을 갈 수 있다는 것도 보았습니다. 기록이 어딘가에서 사람을 다음 행동으로 데려갑니다. 적어도 우리 앱 데이터에서는 그렇게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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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크란 연구가 묻는 건 "어떤 식이요법이 더 빠지냐"이고, 우리 앱이 묻는 건 "어떤 기록이 사람을 더 오래 머물게 하느냐"예요. 두 질문이 다른 거라서, 코크란의 결론으로 우리 앱의 존재 의미가 흔들리지는 않더라고요.

이게 한 달 전이었으면 좀 더 휘청거렸을 것 같아요. 데이터가 작아서 “혹시 우리가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있는 건가” 하는 의심이 컸거든요. 근데 4월 한 달 동안 D1 잔존이 25% → 43% → 46%로 3주 연속 올라왔습니다. 첫날 사람을 잡는 onboarding이 작동하기 시작했다는 신호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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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잔존(D7)은 아직 약해서 그게 다음 숙제이긴 한데, 적어도 첫 날의 기록 hook은 작동하고 있어요.

작은 신호 하나를 1,995명짜리 큰 분석 위에 올려놓는 건 통계로 보면 우습죠. 다만 인디 개발자한테는 한 명의 패턴이 충분히 큰 신호이기도 합니다. "다이어리만 23일 → 첫 단식 72h"라는 그래프 하나에 우리 앱이 가야 할 방향이 들어 있거든요. 이런 패턴은 1,995명짜리 평균 안에서는 묻혀서 안 보입니다.

마무리 — 효과 논쟁과 무관하게 적어두는 일

이번 글은 좀 길었네요. 사실 처음에는 코크란 연구 헤드라인 보고 좀 흔들려서 적기 시작한 메모였는데, 우리 앱 데이터를 다시 들여다보면서 정리가 됐어요.

간헐적 단식이 일반 식이요법보다 더 잘 빠지는 다이어트가 아니라는 코크란의 결론은, 아마 맞을 거예요. 1,995명을 봤으니까요. 그런데 그게 "그러면 단식할 필요가 없다"로 이어지지는 않습니다. 단식의 가치는 살을 빼는 데만 있는 게 아니라, 자기 몸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정해놓는 데에도 있거든요. 16시간 동안은 안 먹는다, 그러면 그 16시간이 자연스럽게 자기 몸을 보는 창이 됩니다. 배고픔의 결, 컨디션의 변화, 수면의 질. 평소엔 안 보이던 것들이요.

기록은 그 창을 닫지 않게 해주는 도구입니다. 그게 살을 빼주든 안 빼주든, 자기 하루를 들여다보는 사람을 만들어요. 그리고 그 습관이 한 달, 두 달 가면, 결국 어떤 식이든 본인 몸에 맞는 방식이 본인한테서 떠오릅니다. 코크란 연구도 그 결과까지는 측정 못 해요.

그래서 저는 이 효과 논쟁 한가운데에서도 계속 만들고 있습니다. 살을 빼주는 앱이 아니라, 본인 몸을 매일 1분 들여다볼 수 있게 해주는 앱이요.

오늘도 아내가 다이어리를 찍었고, 저는 분석 리포트를 봤고, 우리 앱 데이터에는 새로 들어온 분 한 명이 또 첫 단식을 시작했습니다. 코크란 연구 헤드라인과는 무관하게요.


간헐적 단식을 하면서 하루를 한 곳에 조용히 기록하고 싶은 분이라면, 한번 써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살이 빠지는 건 본인 몸이 결정합니다. 이 앱은 그 곁에서 매일 1분의 기록을 도와드릴 뿐입니다.

👉 케톤 — Play Store에서 보기


참고

코크란 원문 (2026년 2월)

한국어 보도

우리 앱 데이터 (내부)

  • 2026-04-28 일간 분석 리포트
  • 2026-W17 주간 분석 리포트 (2026-04-20 ~ 2026-04-26)

아내를 위해 만든 앱 성장기

앱 성장기 시리즈 — 아내를 위해 만든 단식 앱 케톤의 격주 회고.

앱 성장기 시리즈 이전 글

에피 0에서 "다음 3개월 뒤에 다시 오겠다"고 써놓고 2주 만에 돌아왔습니다. 3개월은 너무 길더라고요. 그 사이에 까먹은 얘기가 쌓이고, 숫자 안 좋을 땐 조용히 넘어가고 싶은 마음도 생기고요. 그래서 시리즈 포맷을 격주로 바꿨습니다. 2주마다 숫자를 꺼내놓고 이야기하는 쪽이 저한테도 더 솔직해지는 것 같아서요.

오늘 꺼내는 숫자는 좀 섞여 있어요. 좋은 숫자, 나쁜 숫자, 그리고 재밌는 숫자가 한 장에 같이 있습니다. WAU가 2배가 됐고, 유입 국가가 9개국으로 넓어졌고, 러시아 유저에게 처음으로 별 다섯 개짜리 리뷰를 받았어요. 동시에 D7 잔존은 계단처럼 뚝 떨어졌고, 앱을 떠받치는 유저 수는 여전히 한 손으로 셀 수 있는 수준입니다. 오늘 글은 그 섞여 있는 상태에 대한 얘기입니다.

이번 2주의 숫자

먼저 3주치 추이부터 공개합니다. 에피 0을 쓰던 주(W14)가 왼쪽 끝이에요.

지표 W14 (에피 0) W15 W16
WAU 22 35 (+59%) 47 (+34%)
신규 설치 13 20 21
단식 완료자 (유니크) 3 8 9
단식 완료 (이벤트) 8 13 17
주간 리텐션 59% 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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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U가 22에서 47로 두 배 조금 넘게 올랐습니다. 주간 리텐션도 59%에서 74%로 올랐고요. 여기까지만 보면 기분이 꽤 좋은 2주였어요. 밤에 대시보드를 켜고 이 표만 보면 “잘 돼가고 있네” 싶었습니다.

근데 숫자가 재밌는 건 여기부터예요. 같은 2주 동안 유저 구성 자체가 뒤집혔거든요.

지표 W14 W15 W16
해외 유저 비율 31% 55% 71%
유입 국가 수 3개 6개 9개

3주 전에는 열에 일곱이 한국 유저였어요. 지금은 반대로 뒤집혔습니다. 열에 일곱이 한국 바깥에서 들어온 분들이에요. 그것도 마케팅비 0원으로요. 국가 리스트를 훑어보다가 저도 좀 놀랐는데, 이번 주에 유입이 잡힌 나라가 한국, 러시아, 조지아, 독일, 헝가리, 일본, 벨라루스, 미국, 루마니아 이렇게 아홉 곳이더라고요. 3주 전에 한국 중심으로 돌아가던 작은 앱이 지금은 유럽 중동부 어딘가에서도 켜지고 있는 거예요.

체중 기록 쪽도 조용히 움직이고 있었어요. 체중을 기록한 유니크 유저가 9명에서 15명으로 67% 늘었고, 단식 시작할 때 체중을 같이 입력하는 fasting_start_weight 이벤트 채택이 2건에서 9건으로 네 배 반 정도 뛰었습니다. 모수가 작으니까 퍼센트가 과장되긴 하는데, 그래도 "타이머만 켜는 앱"에서 "몸 상태까지 남기는 앱"으로 조금씩 이동하고 있다는 신호로 읽혔어요.

배운 것 — 3주 동안 해외 유저가 한국 유저를 따라잡았고, D7이 그 대가로 내려앉았습니다

좋은 숫자가 붙어 있는 동안 제일 오래 들여다본 건 나쁜 숫자였습니다. 세 가지 신호가 있었어요.

신호 1 — D7 잔존이 계단처럼 내려앉았고, 범인이 누군지 감이 잡혔습니다

새로 들어온 분들이 일주일 뒤에도 남아있냐를 보는 D7 잔존이 3주 연속 빠지고 있었습니다. 그것도 부드럽게가 아니라 계단처럼요.

  • W14 cohort (13명): D7 잔존 38.5%
  • W15 cohort (20명): D7 잔존 30.0%
  • W16 cohort (21명): D7 잔존 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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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명 중에 D7까지 도달한 분이 딱 한 분이에요. -8.5%p, -25.2%p. 저도 이 숫자를 처음 봤을 때 눈을 한 번 비볐어요. 오타인가 싶어서 쿼리를 다시 돌렸거든요. 근데 맞았습니다.

WAU는 늘고 D7은 무너지는 게 한 장에 같이 있는 상태인데, 풀어서 말하면 이렇게 됩니다. WAU가 늘어난 건 새 유저가 계속 쌓여서가 아니라 기존에 쓰던 분들이 열심히 쓰고 있어서였어요. 새로 들어온 분들은 거의 다 일주일 안에 사라지는 중이었고요.

그럼 왜 빠지는가, 가설이 하나 떠올랐습니다. 위에서 말한 해외 유저 비율 뒤집힘이랑 이게 연결되거든요. 유입 국적이 넓어지는 속도랑 D7이 무너지는 속도가 거의 맞물려 있었어요. 특히 러시아어(ru-ru) 설정 유저들이 D1에서 나란히 이탈하는 패턴이 보였습니다. 같은 주간에 한국어, 일본어 설정 유저들은 그렇게까지 깔끔하게 빠지진 않았거든요. 유독 러시아어만 도장을 찍듯이요.

거기서 가설이 하나 더 나왔습니다. “번역 품질이 엉망인 거 아닐까?” 라는 쪽으로요. 케톤은 22개 언어를 지원하고 있는데, 솔직히 한국어 말고는 제가 한 글자도 못 읽거든요. 기계 번역에 많이 기대고 있었어요. 해외 유저가 적을 땐 이게 표면에 안 드러났는데, 3주 만에 해외 비중이 71%가 되니까 바로 올라온 거예요.

그래서 20개 언어를 전수로 다시 봤습니다. 러시아어에서 나온 게 꽤 재밌었는데, "단식"으로 번역한 단어가 정교회 사순절 쪽 종교 금식 어감이랑 섞여 있었어요. 건강 앱을 깔았더니 “사순절 시작” 같은 문구를 읽게 되는 상황이었던 거예요. 이 작업 과정은 따로 한 편으로 풀어놨습니다.

관련 글

4월 15일에 v1.1.1로 번역을 대폭 수정해서 배포했어요. 이 가설이 맞다면 W17 이후 D7 숫자가 다시 올라와야 합니다. 아직 모릅니다. 다음 에피에서 확인될 거예요. 틀렸으면 틀렸다고 그때 올리겠습니다.

신호 2 — 파워유저 세 분이 지표의 반 이상을 떠받치고 있어요

그래서 W16에 일어난 단식 완료 이벤트 17건을 누가 일으켰는지를 개별 ID로 뜯어봤습니다. 에피 0에서 7일 연속 OMAD 돌리던 파워유저 한 분 얘기를 했었죠. OMAD는 "One Meal A Day"의 줄임말인데요, 말 그대로 하루에 한 끼만 먹고 나머지 시간은 전부 단식으로 채우는 패턴입니다. 간헐적 단식 중에서도 꽤 빡빡한 축이에요. 지금은 그런 분이 세 명이에요. 각각 주 3회씩 단식을 완료하고 계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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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분이 W16 완료 이벤트의 절반 이상을 만들고 있어요. 단식 완료자가 3명에서 9명으로 늘었다고 위에서 썼는데, 이번 주에 "처음으로 단식을 완료한 신규 유저"는 한 명뿐입니다. 나머지 증가분은 전부 기존 파워유저들이 쌓아준 숫자였어요.

그런데 이 세 분을 하나씩 따로 놓고 보면 되게 재밌어요. 한 분은 단식도 하고 다이어리도 매일 쓰고 체중도 기록하는 올라운더 타입이시고, 또 한 분은 오직 단식 타이머만 씁니다. 다이어리는 한 번도 안 열어보셨어요. 마지막 한 분은 이번 주에 막 합류하신 분인데 첫 주부터 주 3회 페이스를 찍으셨어요. 같은 앱을 이렇게 다르게 쓰고 계신다는 건, 리텐션 경로가 꼭 하나가 아니어도 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단식만 꽂혀도 남고, 전체 기록에 꽂혀도 남는다는 거예요.

그런데 좋은 쪽을 다 적고 나서도 남는 불안이 있어요. 세 분 중에 한 분이 다음 주에 바쁘시거나 마음이 식어서 일주일 쉬시면, 제 지표 전체가 -40% 찍힐 수 있다는 거예요. 에피 0에서 "유저 한 명 한 명의 행동을 볼 수 있다"고 썼는데, 그 말을 뒤집으면 "한 명이 빠져도 숫자가 흔들린다"는 뜻이 되거든요. 작은 앱의 장점과 단점이 여기서 맞붙어 있습니다.

신호 3 — 9개국에서 설치가 들어온 주였고, 러시아 유저에게 첫 5성 리뷰를 받았습니다

마케팅 비용 0원짜리 앱이 3주 사이에 한국 중심에서 9개국으로 넓어진 건, 앉아서 보면 꽤 신기한 일이에요. 조지아랑 벨라루스에서 설치가 들어왔다는 걸 처음 봤을 때 지도를 펴서 두 나라 위치를 찾아봤습니다. 이런 나라에서 어떻게 케톤을 발견하셨는지는 저도 모릅니다. 그냥 플레이스토어 검색 알고리즘이 어느 날 이 앱을 저 동네까지 밀어준 거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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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서 말한 v1.1.1 번역 업데이트가 4월 15일 저녁에 나갔는데요. 이틀 뒤인 4월 17일에 스토어에 리뷰가 하나 달렸어요. 별 다섯 개에, 제가 한 글자도 못 읽는 러시아어로 긴 문장이 적혀 있었습니다. 번역기로 돌려보니까 “쾌적하고 사용자 친화적인 인터페이스에 멋지고 무료이며 미니멀한 기능을 갖춘 훌륭한 앱을 만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라는 뜻이더라고요.

v1.1.1 덕분이라고 증명할 방법은 없습니다. 타이밍이 우연일 수도 있어요. 다만 2주 전만 해도 러시아 유저들이 깔끔하게 D1에 빠지고 있었는데, 번역 고쳐서 배포하고 이틀 뒤에 러시아 유저한테서 첫 5성 리뷰가 온다는 게 말이 안 되게 극적이긴 했어요. 인디 개발자한테 리뷰 하나가 주는 동력은 이게 꽤 큽니다. 그 날 밤에 그 리뷰를 한 번 더 번역기로 돌려서 읽었어요. 답글도 번역기로 한국어를 러시아어로 돌려서 적었습니다. 러시아 유저분과 저의 첫 대화가 이렇게 양쪽 다 기계 번역으로 일어났어요.

지난 2주 동안 한 것 — 혼자 하는 앱에 "함께"를 조금 섞는 중입니다

세 가지 신호를 다 종합해보면, 결국 밑바닥에 깔린 문제는 첫 주에 앱을 다시 열 이유가 약하다는 거였어요. 파워유저들은 이미 그 이유를 찾은 분들이고, 신규 유저 대부분은 못 찾고 나가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이번 2주 동안 가장 공 들여 만든 게 커뮤니티 탭이에요. 아직 릴리즈 전이고, 다음 2주 안에 공개를 목표로 마무리 중입니다.

왜 커뮤니티냐면, 간헐적 단식이 솔직히 외로운 일이거든요. 저녁 8시에 가족들은 밥 먹고 있는데 나 혼자 물 마시면서 타이머 보고 있는 상황, 이거 한 번만 해보시면 무슨 얘기인지 바로 오실 거예요. 앱으로 숫자는 다 기록되는데 버티는 그 몇 시간이 너무 조용합니다. 그 조용함을 아주 살짝만 깨주는 뭔가가 있으면 내일 다시 타이머를 켜는 이유가 하나 생기지 않을까 싶었어요.

그래서 지금 준비 중인 건 이런 구조예요.

  • 단식 중일 때만 익명 닉네임([형용사][동물][2자리] 형태, 예: 조용한판다42)이 커뮤니티 탭에 잠깐 뜹니다
  • 다른 분이 지금 단식 중인 목록이 거기 보이고, 프리셋 이모지 응원을 하루 1회씩 보낼 수 있어요 (박수, 근육, 불 같은 것들)
  • 단식을 끝까지 완료하거나 지방 연소 단계에 진입하면 뽑기권이 생기고, 카드 뒤집기 애니메이션으로 작은 보상이 열립니다
  • opt-out 가능하고, Remote Config로 언제든 끌 수 있게 설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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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릴리즈 전이라 최종 모습은 조금 바뀔 수 있는데, 지금 개발 중인 화면은 대충 이런 느낌입니다.

프라이버시 걱정되실까봐 짧게 덧붙이면, 공개되는 정보는 무작위 생성된 익명 닉네임이랑 "지금 단식 중"이라는 상태뿐이에요. 프로필도 없고, 팔로우도 없고, 대화도 없습니다. 단식이 끝나면 닉네임도 목록에서 빠져요. 단식이라는 특정 순간에만 아주 얇게 연결되고, 끝나면 다시 조용해지는 구조입니다.

설계하면서 가장 오래 고민한 건 "얼마나 얇게 연결할 것인가"였어요. 응원을 자유 메시지로 받으면 금방 지저분해질 수 있고, 닉네임이 고정이면 익명성이 깨지고, 알림이 많으면 귀찮아지고요. 그래서 사전 정의된 이모지 3종, 하루 1회 제한, 단식 중에만 공개, 이 세 가지 제약을 기본값으로 뒀습니다. 아내가 시안을 먼저 보고 "이 정도면 안 거슬리겠다"고 하더라고요. 이 앱은 아내의 사용감이 기준이거든요.

이게 D7 잔존을 올려줄까요? 아직 모릅니다. 가설은 "첫 주에 한 번이라도 응원을 주고받은 분은 D7까지 살아남을 확률이 높을 것"이에요. 릴리즈 전이니까 당연히 숫자도 없고요. 다음 에피에서 실제 유저 반응으로 얘기할 수 있을지 봐야겠습니다.

커뮤니티 탭 옆으로 조용히 같이 들어간 것들도 몇 개 있어요. 하나씩 다 풀면 이 글이 너무 길어질 것 같아서 제목만 짧게 적어둘게요. 각각은 나중에 따로 글로 풀어볼 생각입니다.

  • "이야기 들려주세요" — 더보기 탭에 유저가 한 줄 피드백을 바로 보낼 수 있는 카드를 달았어요. 러시아어 사건에서 배운 게 "유저한테 직접 물어볼 줄 아는 앱을 만들어야 한다"였거든요. 그 창구를 드디어 열었습니다.
  • 단식 타이머 공유 넛지 — 타이머 화면을 이미지로 내보내는 기능은 원래 있었는데, 단식 중 적절한 시점에 “다른 분께도 보여드려 볼까요?” 하고 가볍게 유도하는 넛지를 얹었습니다. 바이럴 루프를 만들어보려는 작은 실험이에요.
  • 주간 인사이트 공유 힌트 — 기록 탭 주간 요약 쪽에도 비슷한 방향으로, 한 주치 단식 패턴을 공유할 수 있다는 걸 넌지시 알려주는 힌트를 넣었습니다.

다음 2주 목표

딱 두 개만 정했습니다.

첫째, 준비 중인 커뮤니티 탭을 실제로 릴리즈하고, 효과를 측정할 수 있는 상태로 내보내는 것. 지금은 "커뮤니티 탭을 본 유저"와 "안 본 유저"의 D7을 따로 뽑을 수 있는 이벤트가 아직 안 깔려 있어요. 이벤트 스키마를 같이 손봐서, 첫 주에 응원을 주고받은 유저의 D7 cohort를 따로 볼 수 있게 할 겁니다.

둘째, 단식 결과 화면에서 다음 날 다시 들어오고 싶어지는 작은 CTA 실험. 첫 단식을 끝낸 분한테 “내일 다시 오면 이게 보입니다” 같은 연결고리를 하나 만들어보려고 합니다.

다음 에피는 2주 뒤 이맘때입니다. 숫자가 나빠져도 올립니다. 에피 0 끝에서 "다음에는 더 나은 숫자로 오겠다"고 썼는데, 생각해보니 그 약속이 좀 이상했어요. 더 나은 숫자가 안 나오면 침묵하겠다는 뜻이 되거든요. 그래서 오늘부터는 약속을 바꿉니다. 나쁜 숫자도 같이 올립니다. 그게 Build in Public 맞는 것 같아요.

오늘 글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간헐적 단식 기록을 조용히 남기고 싶으신 분이 있다면, 플레이스토어에서 “케톤” 검색해보세요. 조만간 단식 중에 박수 한 번 받을 수 있는 업데이트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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