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식 끝날 때 -0.3kg, 이 한 줄을 보여주려고 한 달을 고민했습니다

2026년 4월 · 간헐적 단식 앱을 만드는 개발자의 비하인드

01-fasting-result-hero

아내가 단식을 시작한 지 2주쯤 지났을 때 이런 말을 했습니다. “단식 시작할 때 체중이랑 끝날 때 체중이 알아서 비교돼서 나왔으면 좋겠어.” 저는 그 순간 되게 당연한 얘기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구현하려고 앉으니까 한 달이 걸렸습니다. 그 한 달이 어떻게 흘렀는지 적어봅니다.

“단식하고 살이 빠졌는지 내가 제대로 모르겠어”

아내는 매일 아침 체중계에 올라가는 타입입니다. 근데 그걸 어디 적어두는 건 아니에요. 숫자를 보고 “오 어제보다 0.1 빠졌네” 하고 체중계에서 내려오는 게 끝입니다. 그래서 일주일 전이랑 비교하고 싶어도 비교할 방법이 없습니다. 머릿속에 숫자 7개를 띄워놓고 있기엔 인간의 기억력이 그렇게 신뢰할 만한 물건이 아니거든요.

그래서 체중 기록 기능은 이미 다이어리에 넣어둔 상태였습니다. 매일 한 번 찍으면 그만이니까요. 근데 아내가 원한 건 그게 아니었습니다.

“오늘 16시간 단식한 게 내 몸에 정말 영향을 준 건지, 어제 저녁에 많이 먹어서 원래 무거웠던 건지, 그게 구분이 안 돼.” 이 말을 듣고 아 싶었습니다. 날짜별 체중이 아니라 "이 단식 한 번"이 만들어낸 변화를 보고 싶어하는 거였어요. 오늘 아침 52.5kg였다가 오후 1시에 52.3kg가 되면, 그 0.2는 단식이 만든 숫자니까요.

다른 앱들은 왜 이걸 안 보여줄까

솔직히 저도 궁금했습니다. 간헐적 단식 앱을 만들기 전에 경쟁 앱들을 꽤 돌려봤거든요. 근데 대부분 "오늘의 체중"만 보여줍니다. 체중 그래프를 보여주는 앱은 있는데, 그 그래프는 일 단위예요. 단식을 기준으로 잘라서 보여주는 앱은 제가 본 것 중에는 없었습니다.

이유를 생각해봤는데요, 한 번 구현해보면 압니다. 생각보다 귀찮거든요. 단식이라는 이벤트에 체중을 묶으려면, 단식 시작할 때 체중을 찍어야 하고 끝날 때도 찍어야 하고, 그 두 값을 단식 ID에 연결해서 저장해야 합니다. 앱을 이미 만들어놨는데 이걸 넣으려면 DB 스키마부터 건드려야 해요. 기존 체중 기록이랑 충돌하지 않게 설계도 다시 해야 하고요.

더 큰 이유가 하나 있습니다. 유저가 귀찮아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요. 단식 시작 버튼을 눌렀는데 “체중부터 입력하세요” 팝업이 뜨면, 그 순간 “아 됐어” 하고 앱을 닫을 수 있습니다. 단식 앱의 핵심 경험은 "시작 버튼 한 번으로 바로 시작되는 것"이거든요. 거기에 단계를 하나 추가하는 건 생각보다 위험한 결정이에요.

그래서 저도 한참을 고민했습니다.

시작 버튼을 어떻게 건드리지 않고 체중을 받을까

처음에는 아이디어를 세 개 놓고 저울질했습니다.

A안은 단식 시작 확인 다이얼로그에 체중 필드를 하나 더 끼워넣는 겁니다. 원래 “단식을 시작할까요?” 다이얼로그가 뜨는데, 그 안에 체중 입력칸을 하나 더 넣는 거예요. 비워둬도 상관없고, 숫자 하나 찍고 확인을 누르면 단식이 시작됩니다.

B안은 단식을 일단 시작시킨 다음, 타이머 화면 위쪽에 작은 카드를 하나 띄우는 방식입니다. “시작 체중을 기록하면 단식 후 변화를 확인할 수 있어요” 정도의 메시지에 [기록] [닫기] 버튼. A에서 건너뛴 사람한테만 띄우는 2차 기회였어요.

C안은 단식이 끝나고 결과 화면에서 몰아서 받는 방식입니다. “시작할 땐 몇 kg였고, 지금은 몇 kg인가요?” 이렇게요.

처음엔 A+B+C를 다 넣을까 진지하게 고민했습니다. 체중 수집률을 최대한 끌어올리고 싶었거든요. 기능을 만든 이상, 많이 쓰이는 게 낫다고 생각했으니까요.

그러다 어느 날 제가 직접 체감했습니다. 테스트하느라 하루에 단식을 두세 번 시작/중지했는데, 체중 입력을 세 번이나 물어보는 앱이 되니까 저조차도 짜증이 났어요. 아내한테도 써보라고 했더니 표정이 살짝 안 좋았고요. “왜 자꾸 체중을 물어봐?”

그래서 결국 A + C만 남겼습니다. B는 지웠어요. 이미 만들어놓은 StartWeightInputCard.kt 파일을 지울 때 좀 아까웠는데, 유저 경험이 우선이니까요. 시작할 때 한 번, 관심 있는 사람한테만 끝날 때 한 번. 이 원칙으로 정리했습니다.

핵심 원칙: 베네핏을 알려주되 방해하지 않는다. 체중에 관심 없는 유저는 한 번 Skip하면 더 이상 물어보지 않는다.

한 가지 더 신경 쓴 게 있습니다. 시작할 때 체중을 입력한 사람한테만 끝날 때 물어보는 겁니다. 처음에는 “시작 체중이 없어도 끝날 때 두 개 다 입력할 수 있게 해주자” 싶었는데, 그건 사실 회고적으로 찍는 거라 정확도가 낮거든요. “아마 52kg이었을 거야” 하고 찍으면 그 -0.3은 진짜가 아니에요. 그래서 뺐습니다.

시작 다이얼로그 — 프리필 하나가 전부입니다

02-start-dialog

A안의 다이얼로그는 사실 대단한 UI가 아닙니다. 기존 “단식을 시작할까요?” 확인창에 체중 필드 하나 추가됐을 뿐이에요. 근데 여기 숨은 디테일이 하나 있습니다.

최근 체중이 프리필로 들어갑니다. 어제 아내가 52.5kg을 찍었으면, 오늘 단식 시작할 때 체중 필드에 52.5가 이미 들어가 있어요. 변동이 없으면 그냥 확인만 누르면 됩니다. 0.2kg 달라졌으면 그것만 고치면 되고요.

이게 왜 중요하냐면, 매일 아침 체중계에서 내려와서 앱을 열고 “52, 3, 소수점, 1” 이렇게 한 글자 한 글자 찍는 건 의외로 귀찮거든요. 별것 아닌 것 같은데, 이 귀찮음 때문에 기록이 끊기는 경우가 정말 많습니다. 다이어리 쪽 체중 입력을 만들 때도 같은 방식으로 처리했는데, 확실히 이게 있으니까 기록이 덜 끊겨요.

힌트 텍스트도 짧게 한 줄 깔았습니다. “체중을 기록하면 단식 후 변화를 확인할 수 있어요.” 이 한 문장이 전부예요. 길게 설명하면 아무도 안 읽습니다.

비워두고 확인을 누르면 그냥 단식이 시작됩니다. 아무 경고도 없고, 다음에 다시 물어보지도 않아요. 이게 저한테는 되게 중요한 원칙이었습니다. 한 번 "아니"라고 한 사람한테는 다시 물어보지 않는다. 저도 앱이 자꾸 뭔가를 물어보면 피곤하니까요.

결과 화면의 -0.3kg 셀 — 이 한 칸을 만들려고

03-fasting-result-main

그래서 이 글의 주인공이 나옵니다. 단식이 끝나면 결과 화면이 뜨는데요, 그 안에 기록 카드가 네 개 있습니다. 수분, 기분, 체중, 수면. 그중 체중 셀에 보라색 테두리를 둘렀습니다.

왜 체중만 보라색이냐고 물으면, 솔직히 고민이 많았습니다. 네 카드가 다 동등한 정보인데 하나만 시각적으로 강조하는 게 맞나 싶기도 했거든요. 근데 결국 하이라이트를 넣었어요. 이유는 이 칸이 다른 셀들과 다르게 변화량을 보여주는 유일한 칸이기 때문입니다.

수분 1,000ml는 오늘 내가 한 행동이에요. 수면 7.5시간은 어젯밤 내 컨디션이고요. 기분 "좋아짐"도 내 상태예요. 근데 체중 -0.3kg는 다릅니다. 이건 단식이 만들어낸 결과입니다. 시작할 때 52.6이었고 지금 52.3이니까 그 사이에 -0.3이 생긴 거예요. 유일하게 "단식 전과 후"를 비교하는 숫자입니다.

구현할 때 가장 고민했던 건 이 숫자를 어떻게 계산하느냐였습니다. 원래는 날짜 범위로 체중을 조회하던 구조였거든요. "단식 시작일 근처의 체중"과 "종료일 근처의 체중"을 찾아서 빼는 방식이요. 근데 이건 하루에 두세 번 체중을 찍는 사람한테는 부정확합니다. 그래서 fastingId를 체중 엔티티에 연결해뒀습니다. 이 체중은 어느 단식에 속한 시작 체중인지, 종료 체중인지가 DB에 기록돼요. WeightEntity.fastingId, WeightEntity.fastingWeightType. 보이지 않는 두 칸이 이 -0.3을 정확한 숫자로 만들어줍니다.

그리고 변화량의 색깔도 고민했습니다. 처음엔 -가 나오면 초록, +가 나오면 빨강으로 만들 뻔했거든요. 근데 생각해보니 그건 "체중이 빠지는 게 성공, 늘어나는 게 실패"라는 판단을 앱이 내리는 거예요. 근데 단식을 하는 이유가 꼭 감량만은 아니잖아요. 건강 관리일 수도 있고, 근육을 유지하면서 천천히 조절하는 중일 수도 있고요. 그래서 +든 -든 같은 색으로 보여주기로 했습니다. 숫자만 보여주고, 해석은 유저에게 맡겨두는 쪽으로요.

아내가 처음 이 화면을 본 날

04-diary-top

기능을 다 만들고 아내한테 테스트를 부탁했습니다. 아내가 그날 저녁부터 16시간 단식을 시작했고, 다음날 점심에 끝났어요. 결과 화면을 보는 순간 “어, -0.3이네?” 하더라고요. 그리고 바로 “근데 이게 진짜 단식 때문이야?” 하고 물었습니다.

솔직히 저도 모르겠다고 답했어요. 0.3kg는 화장실 한 번 다녀오는 양이거든요. 물 한 컵도 0.25kg이고요. 이 숫자가 진짜 지방이 빠진 결과인지, 아니면 그냥 몸 안의 수분이 좀 움직인 건지는 단기적으로는 모릅니다. 하지만 그걸 감안해도 **“오늘 단식이 끝난 시점에 내 체중이 이 정도로 찍혔다”**는 사실 자체가 의미가 있어요. 일주일, 한 달 모이면 그게 패턴이 되니까요.

아내가 그 다음 단식부터 시작 버튼 누를 때마다 체중을 입력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일주일쯤 지나서 이런 말을 했어요. “단식을 안 하면 안 찍었을 텐데, 단식할 때마다 찍게 되니까 오히려 기록이 더 정확해졌어.” 이 말을 듣고 저는 속으로 좀 웃었습니다. 제가 의도한 건 체중 변화를 보여주는 거였는데, 부작용으로 체중 기록 습관까지 생긴 거예요.

저도 요새 단식을 꾸준히 하고 있습니다. 이 기능을 넣고 나서 바뀐 게 하나 있는데, 단식이 끝나는 게 예전보다 재밌어졌어요. 예전엔 그냥 “16시간 다 됐네, 뭐 먹지” 였다면, 지금은 “오늘은 얼마나 바뀌었을까” 하고 결과 화면을 먼저 봅니다. 결과 화면을 보려면 체중계를 찍어야 하고, 그러다 보니 하루에 체중을 두 번 찍는 습관이 생겼어요. 자기 몸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느낌입니다.

작은 숫자가 만드는 큰 루프

기능 하나를 길게 설명했는데, 사실 이 -0.3kg 셀을 만든 이유를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이거예요. "다음 단식이 기다려지게 만들고 싶었습니다."

단식은 혼자 하는 싸움이에요. 옆에서 응원해주는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고, 눈에 보이는 상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래서 뭔가 작은 보상이 필요해요. 이 보상이 하루 만에 5kg 빠지는 극적인 결과일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그런 숫자가 나오면 의심하게 돼요. 진짜로 효과가 있었던 건지 몸이 뭔가 이상해진 건지 구분이 안 되니까요.

-0.3kg 정도가 딱 좋습니다. 확실한데 과하지 않은 숫자. “오늘 단식이 내 몸에 아주 조금 영향을 줬구나” 하고 납득되는 정도요. 그리고 이 숫자가 다음 단식의 동기가 됩니다. “내일도 해볼까” 하는 마음이 드는 건 이 작은 숫자 덕분이에요.

사실 아직 저희 앱 유저는 많지 않습니다. 마케팅이 약하거든요. 그래도 매일 아내랑 쓰면서 불편한 게 생기면 그날 밤에 고치고 있어요. 이 -0.3kg 셀도 그렇게 나왔습니다. 아내의 한 마디에서 시작해서, 한 달 동안 디자인을 세 번 갈아엎고, B안을 만들었다가 지우고, 그러고 나온 기능입니다.

다 만들고 나서 생각해보니 당연한 결과물인데요, 만드는 동안에는 이게 맞는지 계속 흔들렸어요. 결국 "아내가 쓰기 편한가?"를 기준으로 잡았고, 그게 지금까지 이 앱을 버티게 해주는 유일한 기준입니다.

아쉬운 점

솔직하게 적자면, 아직 부족한 게 있습니다.

2주 이상 쌓인 데이터를 “단식 한 번당 평균 -얼마” 같은 요약으로 보여주지는 못해요. 결과 화면에서 이번 한 번의 변화는 보이지만, “지난 10번의 단식 평균 -0.15kg” 같은 리포트는 아직 없습니다. 이건 다음에 꼭 넣고 싶은 부분이에요.

그리고 이 -0.3kg 셀에 대한 해석이 아직 유저한테만 맡겨져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이 변화는 주로 수분일 가능성이 높아요” 같은 맥락 설명을 붙이면 오해가 줄어드는데, 그게 아직 없어요. 섣부르게 자동 분석 텍스트를 넣었다가 잘못된 정보를 주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해서 지금은 숫자만 보여주고 있는데, 언젠가는 맥락까지 넣고 싶습니다.

안드로이드 전용인 건 항상 아쉬운 부분이에요. 아내가 안드로이드를 써서 이쪽부터 만들었는데, iOS 쓰시는 분들한테는 죄송합니다. 혼자서 양쪽 다는 아직 어렵네요.

마무리

기능 하나 설명하는 데 꽤 길게 썼습니다. 근데 이 짧은 -0.3kg 한 줄에 꽤 많은 고민이 들어가 있다는 걸 말씀드리고 싶었어요. 완벽한 기능은 아닙니다. 다만 직접 매일 쓰는 사람이 매일 만지고 있는 기능이고, 불편하면 그날 저녁에 고칩니다. 그게 이 앱의 전부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간헐적 단식을 하고 있는데 “내가 정말 뭔가 하고 있는 건가?” 하는 의심이 드는 분이 있다면, 한번 써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하루 만에 극적인 변화를 보여주지는 않지만, 단식 한 번 한 번이 내 몸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작은 숫자로 확인하는 재미가 있습니다.

👉 케톤 — Play Store에서 보기

아내를 위해 만든 단식 앱, 3개월 뒤 데이터가 알려준 것들

2026년 4월 · 인디 개발자의 솔직한 3개월 회고

아내가 출산 후에 간헐적 단식을 시작했다는 건 예전에 잠깐 말씀드린 적이 있습니다. 그때 아내를 위해 만든 앱이 있었는데, 한동안 서랍에 넣어두고 있다가 올해 초에 다시 꺼내서 고치고, 다듬고, 출시했습니다. 이름은 케톤(Ketone)이고, 간헐적 단식 타이머에 체중이나 수면, 수분 같은 하루 기록을 한 화면에서 남길 수 있는 앱입니다.

그게 벌써 3개월 전이에요.

출시하고 나면 유저가 막 몰려올 줄 알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오늘은 3개월 동안 실제로 쌓인 데이터를 열어보면서, 거기서 뭘 배웠는지 솔직하게 풀어보려 합니다. 잘 되고 있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오히려 안 되는 것들에서 더 많이 배웠거든요.

3개월 뒤의 숫자들

먼저 현실적인 숫자부터 공개합니다.

누적 설치 약 57명. 이번 주 기준으로 활성 사용자(WAU)는 약 20명 정도입니다. 하루 평균 접속자는 6명 남짓이고, 이번 주 신규 설치는 13명이었어요.

key-metrics-summary

솔직히 이 숫자를 보고 자랑스럽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죠. 하루에 6명이 쓴다는 건, 카페에 앉아서 주변을 둘러보면 손가락으로 셀 수 있는 수준입니다. 참고로 마케팅에 돈을 쓰고 있지는 않습니다. 광고비 0원이에요. 이 블로그 글을 포함해서 순수하게 검색 유입만으로 사람들이 찾아오는 중이라, 숫자가 작은 건 어찌 보면 당연합니다.

그리고 데이터를 보여드리기 전에 한 가지 말씀드릴 게 있는데, 모수가 정말 작아요. 전체 유저가 57명이고 단식을 시작한 사람이 8명인 상태에서 뽑은 숫자들이라,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결론을 내리기엔 부족합니다. 다만 유저 한 명 한 명의 행동을 직접 들여다볼 수 있는 규모이기 때문에, 패턴을 발견하는 데는 오히려 좋은 시점이기도 해요.

근데 재밌는 게 있어요. 주 초반에는 DAU가 3명까지 떨어졌다가, 금요일부터 갑자기 10명 가까이 올라오더라고요. 주말에 단식을 시작하거나 재개하는 분들이 있는 것 같은데, 이런 패턴은 숫자가 적을 때 오히려 또렷하게 보입니다.

dau-weekly-trend

한 유저가 보여준 것

데이터를 들여다보다가 눈에 띄는 분이 한 명 있었습니다. 익명 ID만 보이니까 누군지는 모르지만, 이 분이 7일 연속으로 단식을 완료하고 있었어요. 그것도 16시간이 아니라 20~24시간짜리 OMAD(하루 한 끼) 패턴으로요. 매일 점심쯤 한 끼를 먹고, 바로 다음 단식을 시작하는 걸 반복하더라고요.

간헐적 단식 앱을 만든 입장에서 이런 유저를 보면 묘한 기분이 듭니다. 내가 만든 타이머를 매일 쓰고 있는 사람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거잖아요. 그것도 꽤 하드코어하게. 이 분의 데이터를 보면서 "아, 단식 기록 앱으로서 이 앱이 해야 할 역할이 이거구나"라는 감이 좀 잡혔어요.

ko_04_insight_top

인사이트 탭에서 이런 패턴이 쌓이면, 본인의 단식 습관이 한눈에 보이거든요. 몇 시간 단식했는지, 체중은 어떻게 변했는지, 물은 얼마나 마셨는지. 이 파워유저분이 실제로 이 화면을 보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최소한 매일 타이머를 끝까지 돌리고 있다는 건 확실합니다.

16시간의 벽

반대쪽 데이터도 있습니다. 단식을 시작했다가 중간에 취소한 유저들의 기록을 보면, 대부분 12~15시간 사이에서 포기하더라고요. 16시간이 딱 그 경계입니다.

fasting-dropout-hours

16:8 간헐적 단식에서 16시간이 목표인데, 거기 도달하기 직전에 포기하는 거예요. 생각해보면 이해가 됩니다. 12시간쯤 되면 슬슬 배가 고파지기 시작하고, 14~15시간이면 “이거 진짜 계속 해야 하나” 싶은 순간이 오거든요. 저도 아내랑 같이 단식해본 적이 있는데 그 구간이 제일 힘들었어요.

그래서 지금 고민하는 게, 그 시간대에 가벼운 격려를 넣을 수 있을까 하는 겁니다. "지방 연소 모드 시작"이라는 단계 알림이 지금도 있긴 한데, 타이밍을 좀 더 정교하게 가져갈 수 있을 것 같아요.

ko_01_fasting_timer

첫 단식 완료가 모든 걸 가른다

데이터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발견은 이겁니다.

3일 안에 이탈한 유저 5명을 뽑아서 봤는데, 이 중에서 단식을 한 번이라도 완료한 사람이 한 명도 없었습니다. 반면에 첫날 단식을 끝까지 완료한 유저는 그 이후에도 계속 앱을 쓰고 있었어요. 아까 얘기한 파워유저도 첫날에 20시간짜리 단식을 완료한 분이고요.

이걸 보고 나니까, 앱의 온보딩이 "기능 소개"에서 끝나면 안 된다는 걸 확실히 느꼈습니다. 온보딩이 끝나고 나서 첫 단식을 시작하게 만드는 게 진짜 중요한 거였어요. 실제로 지금 온보딩 첫 페이지에서 이탈하는 비율이 40% 정도 됩니다. 절반 가까이가 앱을 깔고 첫 화면에서 나가버리는 거예요.

솔직히 이 부분은 아직 답을 못 찾았습니다. 온보딩을 줄여야 하는 건지, 아니면 온보딩 없이 바로 타이머부터 보여줘야 하는 건지. 데이터는 문제가 뭔지는 알려주는데 정답까지 알려주진 않더라고요.

아내의 데이터가 레퍼런스가 됩니다

이 앱의 첫 번째 유저는 아내입니다. 원래 아내를 위해 만든 앱이니까요.

아내의 데이터는 "이 앱이 제대로 사용될 때 어떤 모습인가"를 보여주는 기준이 됩니다. 매일 단식 타이머를 쓰고, 다이어리에 체중이랑 수분, 컨디션을 기록하고, 인사이트 탭에서 일주일치 변화를 확인하고. 이게 이 앱이 의도한 사용 흐름이에요.

ko_02_diary_top

다이어리는 1분이면 끝납니다. 체중 입력하면 BMI가 바로 나오고, 컨디션은 이모지 하나 탭하면 되고, 수분이랑 수면도 금방이에요. 아내가 이걸 매일 하는 걸 옆에서 보면서 "아, 이 정도 가벼움이면 사람들이 계속 쓸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했는데, 실제 외부 유저 데이터를 보니까 그 기록 습관까지 도달하는 분이 아직 많지는 않더라고요.

ko_05_insight_bottom

기록이 쌓이면 이런 식으로 일별 요약이 보입니다. 단식 시간, 체중, 수분, 컨디션, 수면이 날짜별로 쭉 나열되는데, 이게 일주일만 쌓여도 패턴이 보이기 시작해요. “수요일에 컨디션이 안 좋았네, 그날 물을 적게 마셨구나” 같은 연결이 눈에 들어오거든요.

데이터가 알려준 다음 할 일들

3개월치 데이터를 정리하면서 느낀 건, 지금 이 앱에 필요한 건 더 많은 유저가 아니라 지금 있는 유저가 첫 단식을 완료하게 만드는 것이라는 점입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온보딩 이탈이 40%니까, 온보딩을 간소화하거나 첫 단식 시작을 더 쉽게 만들어야 합니다. 16시간 장벽에서 포기하는 유저가 많으니까, 12~14시간 사이에 격려 알림의 타이밍을 실험해봐야 합니다. 그리고 첫 단식 완료가 리텐션을 가르니까, 어떻게든 첫 완료 경험을 만들어줘야 합니다.

푸시 알림도 문제인데, 지금 열람률이 사실상 0%에 가깝습니다. 채널 자체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 같아서 이건 기술적으로 점검해야 할 부분이에요. 알림이 제대로 갔다면 이탈 유저의 일부는 돌아왔을 수도 있거든요.

작은 앱의 괜찮은 점

DAU 6명이라는 숫자는 솔직히 부끄럽기도 합니다. 근데 역설적으로, 유저가 적으니까 한 명 한 명의 행동을 자세히 볼 수 있어요. 유저가 수만 명이면 집계 숫자 뒤에 개인이 숨지만, 지금은 “이 사람은 왜 3일 만에 그만뒀을까”, "이 사람은 왜 매일 20시간씩 단식하고 있을까"를 직접 추적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앱은 광고가 없고, 핵심 기능이 전부 무료입니다. 제가 돈을 벌기 위해 만든 앱이 아니라 아내를 위해 만든 앱이거든요. 그래서 결제 유도 팝업도 없고, 단식 완료 순간에 광고가 뜨는 일도 없습니다. 이게 유저 입장에서 어떤 의미인지는, 다른 간헐적 단식 앱을 써본 분들이라면 아실 거예요.

언젠가는 수익화를 해야겠죠. 앱을 유지하려면 서버비도 들고, 개선도 계속해야 하니까요. 다만 지금은 그걸 고민할 단계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먼저 쓰는 분들이 진짜로 도움이 된다고 느끼는 앱을 만드는 게 우선이에요. 수익화는 그 다음 이야기입니다.

3개월이 지났고, 아직 갈 길이 멀지만 데이터가 방향은 알려주고 있습니다. 다음 3개월 뒤에는 좀 더 나은 숫자와 함께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간헐적 단식 기록을 한 곳에서 조용히 남기고 싶으신 분이 있다면, 플레이스토어에서 "케톤"으로 검색해보세요.

👉 케톤 — Play Store에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