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를 위해 만든 앱 성장기
앱 성장기 시리즈 — 아내를 위해 만든 단식 앱 케톤의 격주 회고.
앱 성장기 시리즈 이전 글
에피 0에서 "다음 3개월 뒤에 다시 오겠다"고 써놓고 2주 만에 돌아왔습니다. 3개월은 너무 길더라고요. 그 사이에 까먹은 얘기가 쌓이고, 숫자 안 좋을 땐 조용히 넘어가고 싶은 마음도 생기고요. 그래서 시리즈 포맷을 격주로 바꿨습니다. 2주마다 숫자를 꺼내놓고 이야기하는 쪽이 저한테도 더 솔직해지는 것 같아서요.
오늘 꺼내는 숫자는 좀 섞여 있어요. 좋은 숫자, 나쁜 숫자, 그리고 재밌는 숫자가 한 장에 같이 있습니다. WAU가 2배가 됐고, 유입 국가가 9개국으로 넓어졌고, 러시아 유저에게 처음으로 별 다섯 개짜리 리뷰를 받았어요. 동시에 D7 잔존은 계단처럼 뚝 떨어졌고, 앱을 떠받치는 유저 수는 여전히 한 손으로 셀 수 있는 수준입니다. 오늘 글은 그 섞여 있는 상태에 대한 얘기입니다.
이번 2주의 숫자
먼저 3주치 추이부터 공개합니다. 에피 0을 쓰던 주(W14)가 왼쪽 끝이에요.
| 지표 | W14 (에피 0) | W15 | W16 |
|---|---|---|---|
| WAU | 22 | 35 (+59%) | 47 (+34%) |
| 신규 설치 | 13 | 20 | 21 |
| 단식 완료자 (유니크) | 3 | 8 | 9 |
| 단식 완료 (이벤트) | 8 | 13 | 17 |
| 주간 리텐션 | — | 59% | 74% |

WAU가 22에서 47로 두 배 조금 넘게 올랐습니다. 주간 리텐션도 59%에서 74%로 올랐고요. 여기까지만 보면 기분이 꽤 좋은 2주였어요. 밤에 대시보드를 켜고 이 표만 보면 “잘 돼가고 있네” 싶었습니다.
근데 숫자가 재밌는 건 여기부터예요. 같은 2주 동안 유저 구성 자체가 뒤집혔거든요.
| 지표 | W14 | W15 | W16 |
|---|---|---|---|
| 해외 유저 비율 | 31% | 55% | 71% |
| 유입 국가 수 | 3개 | 6개 | 9개 |
3주 전에는 열에 일곱이 한국 유저였어요. 지금은 반대로 뒤집혔습니다. 열에 일곱이 한국 바깥에서 들어온 분들이에요. 그것도 마케팅비 0원으로요. 국가 리스트를 훑어보다가 저도 좀 놀랐는데, 이번 주에 유입이 잡힌 나라가 한국, 러시아, 조지아, 독일, 헝가리, 일본, 벨라루스, 미국, 루마니아 이렇게 아홉 곳이더라고요. 3주 전에 한국 중심으로 돌아가던 작은 앱이 지금은 유럽 중동부 어딘가에서도 켜지고 있는 거예요.
체중 기록 쪽도 조용히 움직이고 있었어요. 체중을 기록한 유니크 유저가 9명에서 15명으로 67% 늘었고, 단식 시작할 때 체중을 같이 입력하는 fasting_start_weight 이벤트 채택이 2건에서 9건으로 네 배 반 정도 뛰었습니다. 모수가 작으니까 퍼센트가 과장되긴 하는데, 그래도 "타이머만 켜는 앱"에서 "몸 상태까지 남기는 앱"으로 조금씩 이동하고 있다는 신호로 읽혔어요.
배운 것 — 3주 동안 해외 유저가 한국 유저를 따라잡았고, D7이 그 대가로 내려앉았습니다
좋은 숫자가 붙어 있는 동안 제일 오래 들여다본 건 나쁜 숫자였습니다. 세 가지 신호가 있었어요.
신호 1 — D7 잔존이 계단처럼 내려앉았고, 범인이 누군지 감이 잡혔습니다
새로 들어온 분들이 일주일 뒤에도 남아있냐를 보는 D7 잔존이 3주 연속 빠지고 있었습니다. 그것도 부드럽게가 아니라 계단처럼요.
- W14 cohort (13명): D7 잔존 38.5%
- W15 cohort (20명): D7 잔존 30.0%
- W16 cohort (21명): D7 잔존 4.8%

21명 중에 D7까지 도달한 분이 딱 한 분이에요. -8.5%p, -25.2%p. 저도 이 숫자를 처음 봤을 때 눈을 한 번 비볐어요. 오타인가 싶어서 쿼리를 다시 돌렸거든요. 근데 맞았습니다.
WAU는 늘고 D7은 무너지는 게 한 장에 같이 있는 상태인데, 풀어서 말하면 이렇게 됩니다. WAU가 늘어난 건 새 유저가 계속 쌓여서가 아니라 기존에 쓰던 분들이 열심히 쓰고 있어서였어요. 새로 들어온 분들은 거의 다 일주일 안에 사라지는 중이었고요.
그럼 왜 빠지는가, 가설이 하나 떠올랐습니다. 위에서 말한 해외 유저 비율 뒤집힘이랑 이게 연결되거든요. 유입 국적이 넓어지는 속도랑 D7이 무너지는 속도가 거의 맞물려 있었어요. 특히 러시아어(ru-ru) 설정 유저들이 D1에서 나란히 이탈하는 패턴이 보였습니다. 같은 주간에 한국어, 일본어 설정 유저들은 그렇게까지 깔끔하게 빠지진 않았거든요. 유독 러시아어만 도장을 찍듯이요.
거기서 가설이 하나 더 나왔습니다. “번역 품질이 엉망인 거 아닐까?” 라는 쪽으로요. 케톤은 22개 언어를 지원하고 있는데, 솔직히 한국어 말고는 제가 한 글자도 못 읽거든요. 기계 번역에 많이 기대고 있었어요. 해외 유저가 적을 땐 이게 표면에 안 드러났는데, 3주 만에 해외 비중이 71%가 되니까 바로 올라온 거예요.
그래서 20개 언어를 전수로 다시 봤습니다. 러시아어에서 나온 게 꽤 재밌었는데, "단식"으로 번역한 단어가 정교회 사순절 쪽 종교 금식 어감이랑 섞여 있었어요. 건강 앱을 깔았더니 “사순절 시작” 같은 문구를 읽게 되는 상황이었던 거예요. 이 작업 과정은 따로 한 편으로 풀어놨습니다.
관련 글
4월 15일에 v1.1.1로 번역을 대폭 수정해서 배포했어요. 이 가설이 맞다면 W17 이후 D7 숫자가 다시 올라와야 합니다. 아직 모릅니다. 다음 에피에서 확인될 거예요. 틀렸으면 틀렸다고 그때 올리겠습니다.
신호 2 — 파워유저 세 분이 지표의 반 이상을 떠받치고 있어요
그래서 W16에 일어난 단식 완료 이벤트 17건을 누가 일으켰는지를 개별 ID로 뜯어봤습니다. 에피 0에서 7일 연속 OMAD 돌리던 파워유저 한 분 얘기를 했었죠. OMAD는 "One Meal A Day"의 줄임말인데요, 말 그대로 하루에 한 끼만 먹고 나머지 시간은 전부 단식으로 채우는 패턴입니다. 간헐적 단식 중에서도 꽤 빡빡한 축이에요. 지금은 그런 분이 세 명이에요. 각각 주 3회씩 단식을 완료하고 계십니다.

세 분이 W16 완료 이벤트의 절반 이상을 만들고 있어요. 단식 완료자가 3명에서 9명으로 늘었다고 위에서 썼는데, 이번 주에 "처음으로 단식을 완료한 신규 유저"는 한 명뿐입니다. 나머지 증가분은 전부 기존 파워유저들이 쌓아준 숫자였어요.
그런데 이 세 분을 하나씩 따로 놓고 보면 되게 재밌어요. 한 분은 단식도 하고 다이어리도 매일 쓰고 체중도 기록하는 올라운더 타입이시고, 또 한 분은 오직 단식 타이머만 씁니다. 다이어리는 한 번도 안 열어보셨어요. 마지막 한 분은 이번 주에 막 합류하신 분인데 첫 주부터 주 3회 페이스를 찍으셨어요. 같은 앱을 이렇게 다르게 쓰고 계신다는 건, 리텐션 경로가 꼭 하나가 아니어도 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단식만 꽂혀도 남고, 전체 기록에 꽂혀도 남는다는 거예요.
그런데 좋은 쪽을 다 적고 나서도 남는 불안이 있어요. 세 분 중에 한 분이 다음 주에 바쁘시거나 마음이 식어서 일주일 쉬시면, 제 지표 전체가 -40% 찍힐 수 있다는 거예요. 에피 0에서 "유저 한 명 한 명의 행동을 볼 수 있다"고 썼는데, 그 말을 뒤집으면 "한 명이 빠져도 숫자가 흔들린다"는 뜻이 되거든요. 작은 앱의 장점과 단점이 여기서 맞붙어 있습니다.
신호 3 — 9개국에서 설치가 들어온 주였고, 러시아 유저에게 첫 5성 리뷰를 받았습니다
마케팅 비용 0원짜리 앱이 3주 사이에 한국 중심에서 9개국으로 넓어진 건, 앉아서 보면 꽤 신기한 일이에요. 조지아랑 벨라루스에서 설치가 들어왔다는 걸 처음 봤을 때 지도를 펴서 두 나라 위치를 찾아봤습니다. 이런 나라에서 어떻게 케톤을 발견하셨는지는 저도 모릅니다. 그냥 플레이스토어 검색 알고리즘이 어느 날 이 앱을 저 동네까지 밀어준 거겠죠.

위에서 말한 v1.1.1 번역 업데이트가 4월 15일 저녁에 나갔는데요. 이틀 뒤인 4월 17일에 스토어에 리뷰가 하나 달렸어요. 별 다섯 개에, 제가 한 글자도 못 읽는 러시아어로 긴 문장이 적혀 있었습니다. 번역기로 돌려보니까 “쾌적하고 사용자 친화적인 인터페이스에 멋지고 무료이며 미니멀한 기능을 갖춘 훌륭한 앱을 만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라는 뜻이더라고요.
v1.1.1 덕분이라고 증명할 방법은 없습니다. 타이밍이 우연일 수도 있어요. 다만 2주 전만 해도 러시아 유저들이 깔끔하게 D1에 빠지고 있었는데, 번역 고쳐서 배포하고 이틀 뒤에 러시아 유저한테서 첫 5성 리뷰가 온다는 게 말이 안 되게 극적이긴 했어요. 인디 개발자한테 리뷰 하나가 주는 동력은 이게 꽤 큽니다. 그 날 밤에 그 리뷰를 한 번 더 번역기로 돌려서 읽었어요. 답글도 번역기로 한국어를 러시아어로 돌려서 적었습니다. 러시아 유저분과 저의 첫 대화가 이렇게 양쪽 다 기계 번역으로 일어났어요.
지난 2주 동안 한 것 — 혼자 하는 앱에 "함께"를 조금 섞는 중입니다
세 가지 신호를 다 종합해보면, 결국 밑바닥에 깔린 문제는 첫 주에 앱을 다시 열 이유가 약하다는 거였어요. 파워유저들은 이미 그 이유를 찾은 분들이고, 신규 유저 대부분은 못 찾고 나가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이번 2주 동안 가장 공 들여 만든 게 커뮤니티 탭이에요. 아직 릴리즈 전이고, 다음 2주 안에 공개를 목표로 마무리 중입니다.
왜 커뮤니티냐면, 간헐적 단식이 솔직히 외로운 일이거든요. 저녁 8시에 가족들은 밥 먹고 있는데 나 혼자 물 마시면서 타이머 보고 있는 상황, 이거 한 번만 해보시면 무슨 얘기인지 바로 오실 거예요. 앱으로 숫자는 다 기록되는데 버티는 그 몇 시간이 너무 조용합니다. 그 조용함을 아주 살짝만 깨주는 뭔가가 있으면 내일 다시 타이머를 켜는 이유가 하나 생기지 않을까 싶었어요.
그래서 지금 준비 중인 건 이런 구조예요.
- 단식 중일 때만 익명 닉네임(
[형용사][동물][2자리]형태, 예:조용한판다42)이 커뮤니티 탭에 잠깐 뜹니다 - 다른 분이 지금 단식 중인 목록이 거기 보이고, 프리셋 이모지 응원을 하루 1회씩 보낼 수 있어요 (박수, 근육, 불 같은 것들)
- 단식을 끝까지 완료하거나 지방 연소 단계에 진입하면 뽑기권이 생기고, 카드 뒤집기 애니메이션으로 작은 보상이 열립니다
- opt-out 가능하고, Remote Config로 언제든 끌 수 있게 설계했습니다

아직 릴리즈 전이라 최종 모습은 조금 바뀔 수 있는데, 지금 개발 중인 화면은 대충 이런 느낌입니다.
프라이버시 걱정되실까봐 짧게 덧붙이면, 공개되는 정보는 무작위 생성된 익명 닉네임이랑 "지금 단식 중"이라는 상태뿐이에요. 프로필도 없고, 팔로우도 없고, 대화도 없습니다. 단식이 끝나면 닉네임도 목록에서 빠져요. 단식이라는 특정 순간에만 아주 얇게 연결되고, 끝나면 다시 조용해지는 구조입니다.
설계하면서 가장 오래 고민한 건 "얼마나 얇게 연결할 것인가"였어요. 응원을 자유 메시지로 받으면 금방 지저분해질 수 있고, 닉네임이 고정이면 익명성이 깨지고, 알림이 많으면 귀찮아지고요. 그래서 사전 정의된 이모지 3종, 하루 1회 제한, 단식 중에만 공개, 이 세 가지 제약을 기본값으로 뒀습니다. 아내가 시안을 먼저 보고 "이 정도면 안 거슬리겠다"고 하더라고요. 이 앱은 아내의 사용감이 기준이거든요.
이게 D7 잔존을 올려줄까요? 아직 모릅니다. 가설은 "첫 주에 한 번이라도 응원을 주고받은 분은 D7까지 살아남을 확률이 높을 것"이에요. 릴리즈 전이니까 당연히 숫자도 없고요. 다음 에피에서 실제 유저 반응으로 얘기할 수 있을지 봐야겠습니다.
커뮤니티 탭 옆으로 조용히 같이 들어간 것들도 몇 개 있어요. 하나씩 다 풀면 이 글이 너무 길어질 것 같아서 제목만 짧게 적어둘게요. 각각은 나중에 따로 글로 풀어볼 생각입니다.
- "이야기 들려주세요" — 더보기 탭에 유저가 한 줄 피드백을 바로 보낼 수 있는 카드를 달았어요. 러시아어 사건에서 배운 게 "유저한테 직접 물어볼 줄 아는 앱을 만들어야 한다"였거든요. 그 창구를 드디어 열었습니다.
- 단식 타이머 공유 넛지 — 타이머 화면을 이미지로 내보내는 기능은 원래 있었는데, 단식 중 적절한 시점에 “다른 분께도 보여드려 볼까요?” 하고 가볍게 유도하는 넛지를 얹었습니다. 바이럴 루프를 만들어보려는 작은 실험이에요.
- 주간 인사이트 공유 힌트 — 기록 탭 주간 요약 쪽에도 비슷한 방향으로, 한 주치 단식 패턴을 공유할 수 있다는 걸 넌지시 알려주는 힌트를 넣었습니다.
다음 2주 목표
딱 두 개만 정했습니다.
첫째, 준비 중인 커뮤니티 탭을 실제로 릴리즈하고, 효과를 측정할 수 있는 상태로 내보내는 것. 지금은 "커뮤니티 탭을 본 유저"와 "안 본 유저"의 D7을 따로 뽑을 수 있는 이벤트가 아직 안 깔려 있어요. 이벤트 스키마를 같이 손봐서, 첫 주에 응원을 주고받은 유저의 D7 cohort를 따로 볼 수 있게 할 겁니다.
둘째, 단식 결과 화면에서 다음 날 다시 들어오고 싶어지는 작은 CTA 실험. 첫 단식을 끝낸 분한테 “내일 다시 오면 이게 보입니다” 같은 연결고리를 하나 만들어보려고 합니다.
다음 에피는 2주 뒤 이맘때입니다. 숫자가 나빠져도 올립니다. 에피 0 끝에서 "다음에는 더 나은 숫자로 오겠다"고 썼는데, 생각해보니 그 약속이 좀 이상했어요. 더 나은 숫자가 안 나오면 침묵하겠다는 뜻이 되거든요. 그래서 오늘부터는 약속을 바꿉니다. 나쁜 숫자도 같이 올립니다. 그게 Build in Public 맞는 것 같아요.
오늘 글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간헐적 단식 기록을 조용히 남기고 싶으신 분이 있다면, 플레이스토어에서 “케톤” 검색해보세요. 조만간 단식 중에 박수 한 번 받을 수 있는 업데이트도 준비하고 있습니다.